‘감천문화마을'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부산 "부산의 겨울, 지금 감천의 온도는"

‘감천문화마을'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부산

"부산의 겨울, 지금 감천의 온도는"

부산의 마추픽추로 불리는 감천문화마을. 실제로 마주한 감천문화마을은 마추픽추보다는 이탈리아의 친퀘테레를 더 닮아있었다. 남쪽으로는 감천항이, 북쪽으로는 구덕산이 솟아있는 지형적 특성과 파스텔 색채를 입은 주택이 옹기종기 모인 이국적 경관 때문이었을까? 

사실 이곳은 한국의 무엇무엇이라는 수식어를 더하기보다 ‘부산의 감천문화마을’ 그 자체로 이미 독보적인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이곳을 다녀간 방문객만 200만 명을 넘어섰을 정도니 말이다. 심지어 그 방문객의 절반가량은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다. 한때, 까치고개라 불릴 만큼 험난한 코스의 도로를 통해야만 갈 수 있었던, 소위 ‘달동네'라고 불리었던 이곳은 어떻게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명소가 되었을까.


신앙촌에서 문화마을이 되기까지

산기슭을 따라 밀집한 작은 집과 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진 감천문화마을은 1950년대 태극도 신자 800세대와 한국전쟁으로 몰려든 피난민들이 모여 이루어진 곳이다. 한때는 ‘신앙촌 태극도 마을’로 불렸으며, 줄곧 낙후된 동네로 인식되었다. 


그러던 2009년, 지역 재생을 위한 공공 미술 사업이 시작되었다. 마을 미술 프로젝트 ‘꿈꾸는 부산의 마추픽추’를 시작으로, 2010년 ‘미로미로 골목길’, 2012년 ‘마추픽추 골목길’ 그리고 2016년 문화예술 인프라가 부족했던 아랫마을에 ‘감천 아랫마을 내려가기’로 점차 마을을 둘러싼 모든 길목이 관광지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지역의 예술가와 주민들이 합심해 담장이나 건물 벽에 벽화를 그려 넣기 시작했고, 방치되었던 빈집은 작은 박물관, 갤러리, 포토존 등으로 탈바꿈했다. 마을 공터와 옥상을 생태 정원으로 바꾸는 등 전반적인 주민 생활환경 개선 사업 또한 추진되었다. 


이처럼 주민이 예술가와 함께 문화콘텐츠를 개발해 일자리를 창출하니, 관광객은 물론 떠났던 주민들까지 돌아오게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저층형의 오래된 주택들과 천마산 기슭의 좁은 골목길이 조화를 이루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지나쳐서는 안 될 감천문화마을의 포인트 스폿

감천문화마을의 골목과 벽, 그리고 주택에 그려진 그림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소곤대는 듯 제각각의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조화를 이룬다. 보이는 것만 보아도 충분히 멋진 경관의 마을이지만, 숨은 재미와 꼭 놓치지 말아야 할 대표 스폿 몇 곳을 짚어보자.



작은 박물관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박물관과는 사뭇 대조적인 외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하늘색 페인트가 칠해진 이곳은 빈집을 개조하여 만든 곳으로, 주민들이 하나둘 모은 마을의 옛 사진, 기증받은 생활용품, 판잣집의 재현, 주민들과 예술가 그리고 구청의 협업으로 진행된 마을의 발전과정을 볼 수 있다.


감내 어울터
옛 목욕탕의 흔적이 남도록 최소한의 마무리로 재생시킨 공간으로, 1층은 공방, 2층은 카페 및 갤러리, 3은 문화강좌시설, 4층은 방문객 쉼터로 사용되고 있으며, 옥상 전망대에서는 계단식 주거와 ‘별보러가는 길’을 조망할 수 있다. 



아트숍 & 미니숍
예술가들과 섬유 공방, 도자 공방, 목 공방 등에서 교육을 받은 주민들이 직접 만든 아기자기한 감천문화마을만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별한 기념품을 구매하고 싶다면 꼭 한번 들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감내 카페 & 감내 맛집
감내 카페와 감내 맛집은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수익금은 전액 주민복지사업에 사용된다. 감내 카페에서는 차 한 잔의 여유를, 감내 맛집에서는 허기를 달랠 수 있다. 특히 감내 맛집 건물 1층에서는 부산의 대표 먹거리 어묵을 맛볼 수 있다. 


전망대 & 포토존

먼저 마을에 들어서서 조금 걷다 보면, 감천문화마을의 상징이 되어버린 물고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큼지막한 벽면을 가득 채운 ‘골목을 누비는 물고기’는 발길을 한차례 멈추게 한다. 

그 옆 좁은 계단 길을 올라가면, 감천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뷰포인트 ‘하늘 마루’가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마을 관련 자료의 전시 안내관이자 확 트인 옥상 공간에서 용두산을 포함한 부산항과 감천항을 함께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의 기능을 한다. 특히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마을 경관이 인쇄된 엽서를 보낼 수 있다. 


그리고 마을의 3분의 1 정도를 돌면 ‘어린왕자와 사막여우’를 볼 수 있다. 이 조형물 앞에서는 인증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인파가 특히나 몰리는 인기 포토존으로, 감천 2동을 전체 조망할 수 있다.

구석구석 더 재미있는 발걸음 ‘스탬프 지도'

마을 전체가 하나의 포토존이 되는 감천문화마을이라 할지라도, 인증사진만을 위한 여행은 언제나 숨이 가쁘다. 적어도 이곳 감천문화마을을 찾았다면, 겉핥기식 인증 투어가 아니라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부산을 한껏 느껴보자. 


모든 본격적인 여행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단언컨대 안내센터의 위치 파악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쩌면 이 말이 스마트한 시대에 매우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안내센터에서는 핸드폰 화면에서는 미쳐 접할 수 없었던 지역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무거운 가방을 보관할 수도, 잠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내가 찾은 감천문화마을의 안내센터에서는 ‘스탬프 투어 지도’가 판매 중이었다. 지도에 표시된 곳을 따라 스탬프를 찍다 보면 자연스레 마을의 모든 곳을 둘러보게 된다. 이 지도는 여러 의미로 꽤 요긴하게 쓰였다. 생각보다 넓었던 감천문화마을에서 길을 잃은 외국인이 말을 걸어왔다. 우리가 지금 어디쯤 있냐고. 내 손에 쥐어있던 2,000원짜리 지도가 제대로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함께 크게 한바퀴 마을을 돌고 나니, 나의 스탬프 지도는 완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지도에는 추억이라는 도장이 하나 더 찍혀있다.


사람 사는 마을 감천, 감성온도 36.5℃

금빛 모래사장과 갈매기, 부서지는 파도와 짠 바다 내음과 같은 내가 부산에 대해 가졌던 막연한 동경과 환상은 푸른 빛의 해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곳, 감천문화마을에서 내려다본 바다 풍경은 해운대 혹은 광안리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전혀 다른 부산이었다. 


STORY212 손시현 기자

editor.story212@gmail.com

최신기사